양희은 - 봉우리歌词봉우리 (山峰) - 양희은 (杨熙恩)/산들 (灿多)
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
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
내가 전에 올라가 봤던
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
봉우리
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
동산일 뿐이지만
그래도 그때
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
있다곤 생각질 않았어
나한텐 그게 전부였거든
혼자였지
난 내가 아는
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
오르고 있었던거야
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
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
얼마 남진 않았는데
잊어버려 일단
올라보는 거야
봉우리에 올라서서
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
지금 힘든 것은
아무것도 아니야
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
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
허나 내가 오른 곳은
그저 고갯마루였을 뿐
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
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
걸터앉아서 나는 봤지
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
바다
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
이봐
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
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
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
난 바람에 나부끼는
자네 옷자락을
이 아래에서도 똑똑히
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
또 그렇다고 괜히
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
땀이나 닦고 그러지 마
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
식혀주겠지 뭐
가끔 어쩌다가 혹시라도
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땐
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
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
고갯마루일 뿐이라고
하여 친구여
우리가 오를 봉우리는
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
우리 땀 흘리며 가는
여기 숲 속에 좁게 난 길
높은 곳엔 봉우리는
없는 지도 몰라
그래 친구여
바로 여긴지도 몰라
우리가 오를 봉우리는